미혼모 수현씨의 이야기
"100일 사진도 못 찍었어요."
앳돼 보이는 얼굴의 수현씨가 어렵게 입을 열었습니다. 올해 겨우 23살이 된 수현씨는 작년 이맘때 태은이를 낳았습니다. 태은이의 아빠에 대해 묻자 멋쩍은 웃음을 보였습니다. 남들처럼 평범한 연애를 했을 뿐인데, 어느 날 갑작스럽게 찾아온 태은이. 아이를 낳고 행복한 가정을 이룰 거라 기대하고 기쁜 마음으로 임신 사실을 알렸지만 알고 보니 태은이 아빠는 유부남이었고, 그렇게 수현씨와 태은이 곁을 떠났습니다.
나아지지 않는 현실
수현씨의 아버지는 7년 전 불의의 사고로 갖은 치료 끝에 결국 사지마비되었습니다. 수현씨의 어머니는 홀로 세 자매를 키워낼 정도로 정정하였으나 생활고와 스트레스로 간질이라는 병을 얻게 되었고, 심한 건망증으로 전이되어 결국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어머니가 언제 발작을 일으키며 쓰러질지 모르기 때문에 수현씨는 새벽마다 핸드폰을 꼭 쥐고 있어야 합니다. 태은이가 칭얼거리기라도 하는 날에는 밤을 꼴딱 새우기 일쑤입니다.
"우리 태은이.. 꼭 잘 키울 거예요"
아무에게도 축복받지 못하고 태어난 것 같아 수현씨는 태은이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려온다고 했습니다. 남들 보다 더 사랑받진 못해도, 남들만큼만 사랑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태은이와 눈이 마주친 순간, 씩씩하게 대화를 나누던 수현씨가 결국 눈물을 보였습니다. 100일 사진도 찍어주지 못한 안타까움에 돌잔치도 안 해주면 평생 한이 될 것 같다는 수현씨의 말에 해피기버는 태은이를 위한 돌잔치를 열어 수현씨와 태은이에게 잊지 못할 하루를 선물하기로 했습니다.
꿈만 같았던 그날
기다리고 기다리던 태은이의 생일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태은이 한복을 입히면서 전 날 설레서 한숨도 못 잤다는 수현씨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습니다. 태은이도 설레는 엄마 마음을 아는지 아침부터 싱글벙글 입니다.